Discover – 작고 황홀한 세계 the miniature world

얼굴에 닿는 바람이 한결 차갑고 건조해진 것을 보니 겨울이 성큼 다가온 모양이다. 코끝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겨울 공기를 그리워하다가도 막상 계절의 한 가운데에서 매서운 바람을 맞으면 여지없이 그 다음 계절을 기다리게 된다. 마당, 베란다 정원을 갖고 있는 도시의 가드너들도 슬슬 월동 준비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이리저리 시들어 쓰러진 꽃대와 줄기들을 짧게 잘라 내고, 가을에 받아놓은 씨앗들은 봉투에 담아서 잘 모아둔다. 이듬해 봄에 꽃을 피울 구근 식물도 화분이나 땅 속에 잘 묻어 두어야 한다.

이렇게 겨울을 맞을 준비를 마치고 나면, 땅은 함박눈이 쌓이기 전까지 점점 더 황량해질 일만 남는다. 어쩐지 헛헛한 기분이 든다. 더구나 이제 막 가드닝에 취미를 붙이고 첫 겨울을 맞이한 초보 가드너라면 이 계절이 여느 때 보다 길고 심심하게 느껴질 지 모르겠다. 하지만 겨울이라고 반려 식물과의 교감을 멈출 필요는 없다. 여전히 집안에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정원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중 테라리움terrarium 가드닝의 작지만 황홀한 세계를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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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생소하게 들릴 지 모르는 테라리움 정원 Terrarium Garden은 입구가 작거나 뚜껑이 있는 투명 용기 안에 작은 식물을 심고 어울리는 재료를 함께 배치하는 독특한 형태의 가드닝이다. 단순히 ‘식물을 화분에 심는다’는 개념을 넘어 유리병 속에 자연을 축소해놓은 듯한 공간을 꾸미는 매력적인 일이다. 이끼는 푸른 언덕이 되고, 졸졸 뿌려 놓은 모래는 오솔길이 된다. 다육 식물은 커다란 나무 역할을 하고, 그 옆으로 모형 집과 벤치를 조심스레 얹으면 멋진 풍경이 완성된다. 이 투명한 화병은 나의 생각과 손의 움직임에 따라 해초가 넘실대는 바닷속이 되고, 외로운 선인장이 서있는 사막도 될 수도 있다. 테라리움을 실내 천장에 매달아 두거나 테이블 위에 놓아두면 겨울의 헛헛함은 바로 날려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집 안에 감춰진 또 다른 세상이 생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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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과연 밀폐된 용기 속에서 식물이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투명한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태양빛 이외에는 좁은 공간, 좁은 입구가 물이나 비료를 주는 일에 걸림돌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작은 공간 안에서 자연의 순환 원리를 지켜볼 수 있다. 이를테면 땅의 수분이 비가 되어 내리는 원리를 관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식물은 뿌리로 수분을 빨아들여 잎으로 배출시키고, 배출된 수분은 밀폐된 유리 벽에 물방울로 맺혀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식물에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성장과 유지가 가능하다. 테라리움 속 세계는 자연의 겉모습뿐 아니라 그 순환의 원리까지 닮았다.

하지만 이 상태로 식물이 오래도록 잘 살 수 있다고 말할 순 없다. 현실적으로 실내에 두고 보아야 하는 까닭에 테라리움 속 식물은 햇빛을 찾아 헤매다 웃자랄 수도 있고, 양분이 부족해 시들어갈 지도 모른다. 반대로 환경이 잘 맞아 너무 왕성하게 자라는 바람에 안쪽 공간을 꽉 채워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테라리움 속 식물을 바꿔 심어주는 것이 좋다. 가드닝에 있어 겨울 마저 부지런을 떨 필요는 없으니 이정도 움직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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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가 어떻게 시작해 할 지 막막하다면 좋은 방법이 있다. 여행지에서 보았던 잊을 수 없는 풍경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내가 갔던 곳의 사진을 꺼내봐도 좋고, 마음 속에만 간직하고 있었던 곳의 사진도 좋다. 그때 떠오르는 느낌을 조심스레 유리병 속에 옮기는 것이다. 추억이 담긴 나만의 테라리움이 만들어 질 것이다. 무엇이든 소재가 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가져다 쓰면 된다. 올 겨울에는 작은 세상을 내 손으로 만들고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도 해보는 따뜻함과 소소함을 느껴보자. 긴 겨울, 집에서 무심코 보내던 시간이 조금 달라질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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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hada for AROUND Magazine

본 포스트의 내용은 lifestyle healing outdoor magazine AROUND 2013년 11월호에 기고한 기획기사 중 일부 입니다.

포스트에 등장하는 테라리움제품은 11월 중순, 가든하다 스토어를 통해 판매됩니다.

  • ohio

    식물을 접한지 이제 일주일정도 되는데 가든하다를 알게되면서 내가 식물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걸 깨닫고 있어요. 아 정말 너무너무 행복해요. 전에는 관상용으로만 여겼는데 지금은 식물에 관해 여기저기 들쑤시면서 알아보는 중이에요. 가든하다에서 이렇게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